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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Drama/🎬 영화

[티모시 편애 Review]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2017) - 명장면 및 OST 리뷰

by 허니바이브 2021. 3. 22.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2017) 

콜바넴 티모시 샬라메 편애 리뷰
-  주요 장면 및 OST

 

" Call me by your name, 

and I'll call you by mine. "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

 

콜미바이유어네임 포스터

1983년, 여름, 북부 이탈리아 어딘가.

크레마(Crema).

 

여름 분위기 물씬 풍기는 영화.

나른하고 한적한 유럽 소도시 휴가 감성.

 

아름다운 영상미. 미장센, 장소, 색감, OST가 열일.

다채로운 언어의 향연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동성 간의 사랑, 퀴어(queer) 영화에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 간의 사랑"에 대해 얘기하는 작품.

 

10대 청소년의 애틋하고 가슴 아픈 첫사랑과 이별. 

성소수자인 자녀를 대하는 부모님의 성숙한 자세. 


 

[영화 기본 정보]

[원작 소설] '그해, 여름 손님'
[속편 원작] '파인드 미(Find Me)'
[원작 작가] 안드레 애치먼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대표작: 아이 엠 러브, 서스페리아, 비거 스플래쉬)
[각색] 제임스 아이보리 
[음악] 수프얀 스티븐스(Sufjan Stevens)
[출연 배우] 티모시 샬라메(Timothee Chalamet), 아미 해머, 마이클 스털버그, 아미라 카서, 에스더 가렐
[러닝 타임] 약 2시간 (132분)

[시놉시스(줄거리)] 


17살 소년 엘리오(Elio, 티모시 샬라메)는 이탈리아 북부 소도시의 한 가족 별장에서 그리스 문화 및 고고학 연구 교수인 아버지와 번역가인 어머니와 함께 나른하고 무료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24살의 청년 올리버(Oliver)가 아버지의 인턴으로 들어와 같이 살게 되면서 엘리오의 일상에 큰 변화가 찾아온다. 여름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잔잔했던 엘리오의 마음은 올리버를 만난 후 요동치기 시작하고, 자신도 모르게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감정이 싹트면서, 평범했던 그 해 여름도 '특별'하게 느껴지게 되는데...

서서히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6주 간 벌어지는 한여름보다 뜨거운 사랑 이야기" 

 

스크린 너머 이탈리아의 여름 내음이 느껴지는 것 같다. 여름 특유의 분위기, 한여름 밤의 특별한 낭만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

특히 초반의 80년대 이탈리아 바이브 넘치는 파티 장면이나, 유럽 감성이 녹아들어 간 대저택, 점심을 먹는 야외 테라스, 정원, 수영장 등 공간이 주는 이국적 느낌으로 인한 설렘도 크다. 두말할 것 없이 찬사를 받은 OST들 역시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나와 한여름 밤에 플레이리스트로도 너무나 찰떡이다. 오프닝과 엔딩에 나오는 크레디트 '글씨체 마저도' 손으로 직접 쓴 필기체처럼 예쁘고 감성적이다.

 

call me by your name italy
call me by your name italy

 

전반적으로는 10대 소년의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열병 같은 첫사랑의 감정이 아름다운 영상미 속에 애틋하게 녹여져 있다. 

현재, 지금 이 순간의 불같은 감정이 중요한 10대 소년 엘리오. 20대 초반이지만 엘리오보다는 훨씬 연상에 세상에 대해 알아 가며 어른이 되고 있는 올리버. 올리버는 현재의 감정보다는 사회적 시선과 냉대, 자신의 장래를 더 생각하는 청년이다. 엘리오는 거침없이 마음을 표현하고 직진하지만 초반에 올리버는 자제력이 굉장히 높은 모습을 보인다. 

 

이미 한국에서도 2020년에 재개봉을 했을 정도로 입소문을 타고 흥행했던 영화이다. 현재는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왓챠에서도 감상 가능.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각본, 연출, 배우들의 명연기, OST까지 모든 합이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개봉 당시 외국에서도 이미 각종 매체 및 언론의 호평을 받았고 무려 미국 아카데미상인 오스카에서 무려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특히 티모시는 이 영화로 오스카 "최연소" 남우 주연상 후보에 오르기까지 했다.

 

- 사운드 트랙 : 수프얀 스티븐스가 주요 OST 명곡들을 담당했다. 방탄소년단 뷔(V)도 예전에 브이 라이브 방송에서 콜바넴을 보고 좋아하게 됐고, 많은 깊은 얘기를 담고 있는 것 같다고, 영화 OST를 전부 플레이스트에 넣었다고 언급할 정도로 애정을 드러내어 나까지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상영될지 예상하지 못했다. 서양처럼 동성 간의 연애가 공공연하게 오픈되어 있는 나라도 아니고, 대중적으로 환영받는 소재도 아니기 때문. 하지만 좋은 콘텐츠는 소재와 국경의 한계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나 보다. 

 

 

 

 엘리오, 그 자체였던 티모시 샬라메

 

20살에 17세 질풍노도, 첫사랑의 열병을 앓는 청소년을 너무도 잘 표현해 준 Timothee는 스크린 안에서 엘리오 그 자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티미를 그를 스타덤에 올린 대표작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아니라, 주목받는 여성 감독인 그레타 거윅의 '레이디 버드(Lady bird)'를 통해 먼저 접했다. 거기서는 굉장히 전형적인 나쁜 남자 역할, 미국판 틴에이지 소년이면서, 어찌 보면 arrogant 하면서도 현실에서 한 명은 있을 법한 재수 없는 캐릭터를 찰떡 같이 소화했다. 그러고 나서 티모시의 '필모그래피'를 뒤지던 중 발견한 것이 바로 콜바넴(Call me by your name). 그를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르게 했고, 오스카 노미네이트의 영광을 안겨 준 대표작이다. 

 

티모시 샬라메
timothee chalamet

미국, 프랑스 혼혈이기 때문에 처음 보는 분들은 유럽인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만큼, 그 자신 역시 태생부터 다소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물론 영어가 제1언어이지만 프랑스어로도 인터뷰가 가능할 정도로 곧 잘한다. 어려서부터 미국과 유럽에 각각 살아본 경험이 있고, 이질적인 언어, 문화적 습득을 동시에 하며 자라났다는 측면에서 티모시는 이미 태생부터 엘리오와 닮은 측면이 있다.

실제로 그의 아버지도 티모시가 어렸을 때 프랑스 집으로 데려가서 휴가를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엘리오 역시 영화 속에서 유대인(Jewish)이지만 이탈리아어, 영어, 프랑스어에 능통한 언어 능력자로 나온다. 뿐만 아니라 영화를 위해 단기간에 익혔음에도 티모시가 피아노 연주에 능통하다거나, 늘 헤드폰을 끼고 작곡을 하며 음악을 사랑하는 엘리오의 모습도 예술 고등학교를 나온 그의 끼와 배경과도 연결된다.

 

 

 

 Film4 Summer Screen at Somerset House

 

필름4 서머 스크린 - 런던 서머셋 하우스 2018년 상영작

 

런던 서머셋 하우스
런던 서머셋 하우스 서머 스크린 필름 페스티벌 2018

(*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개최 불가한 상태입니다.)

 

아마 런던에 사셨던 분들이라면 아실 수도 있지만, Film4 Summer Screen at Sommerset house라는 여름 영화 페스티이 있다.

한여름밤에 소머셋 하우스라는 건물 야외 광장에 스크린을 설치해 놓고 다 같이 영화를 보는 행사이다. 좌석 구분은 따로 없으며 티켓만 사면 입장 가능하고, 선착순으로 아무 곳에나 앉을 수 있다. 이미 런던에 가기 전부터 Film4에서 Call me by your name을 상영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 하듯이 긴장의 인터넷 대기를 탄 끝에 표를 입수했다. 원래 인기 있는 영화일수록 서버 접속이 불안정해서 진입이 느리거나, 금세 품절된다.

 

탁 트인 야외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는 낭만이 있어서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고, 이를 이뤄서 너무 기뻤다. 특히 영국 여름밤은 습하거나 덥지도 않고, 오히려 쌀쌀한 편이라서 담요를 두르고 집에서 영화 보듯이 누워서 보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원래 이 사각형 모양의 넓은 광장은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각종 설치 미술 전시회를 하거나, 여름에는 분수대, 겨울에는 아이스링크로 변해 런던 시민들이 문화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film4 summer screen call me by your name

티모시를 오스카 후보에 올린 마지막 이 장면. 영화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는 쩌렁쩌렁한 박수갈채와 함께 환호 소리, 휘파람 소리가 가득했다. 내가 연기를 한 티모시도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혼자 영화 보는 것에 익숙했는데 이렇게 친구들과,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과 모여 다 같이 보니까 즉각 즉각 리액션이 느껴져서, 서로 다른 반응들 혹은 영국인들의 웃음 코드를 깨닫는 재미도 있었다.


무엇보다 Sommerset House처럼 멋진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에 둘러싸여서 영화를 보는 것은 특별한 묘미가 있었다. 마치 "고전과 현대가 조화"된 시공간 속에 와 있는 느낌이랄까? 언제 다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지 모를 추억이 돼버려서 안타깝지만,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행복하다!

 

 

 

 색감과 미장센. 고전 악보 필사, 기타를 치는 엘리오와 서정적인 이탈리아 풍경

 

실제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고향이라는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시골 마을, 크레마(Crema)에서 주요 촬영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이탈리아 별장으로 휴가를 온 것처럼" 한적한 분위기에, 새소리, 물소리,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싱그러움에 스크린 너머로 저절로 힐링이 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인테리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엘리오와 마르치아, 여사친들 

러닝타임 내내 따사로운 이탈리아 여름 햇살을 받아 필터를 낀 듯한 색감이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피렌체 여행 갔을 때도 이런 느낌을 기억하는데 크레마도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 1순위가 되었다!

저 위에 사진처럼 편한 친구들과 무릎 베고 누워서 시답지 않은 이야기들을 하며,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몸과 마음을 한가롭게 휴식하는 시간들. 현생에 찌든 나에게는 사치와도 같이 부럽게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한 번쯤 살고 싶어 지는 엘리오네 별장 인테리어

 

영화를 볼 때마다 감탄했던 엘리오네 별장! 일단 기다랗고 큰 문과 창이 있어 채광이 들기에 최적이고, 주위가 온통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창문만 열면 언제든지 푸르른 녹음을 즐길 수 있다. 인테리어가 정말 취향 저격이랄까 이런 유럽의 대저택에 한 번쯤은 휴가라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특히 화장실이 이렇게 예쁜 파스텔 색감에 감성 터질 일?

콜미바이유어네임콜미바이유어네임 인테리어
콜미바이유어네임 화장실콜미바이유어네임 부엌 인테리어
call me by your name - elio 가족의 별장(저택) / 출처 : 구글 이미지

화장실 타일 색깔이나 창밖으로 싱그러운 나뭇잎들이 보이는 밝은 채광 너무 취향 저격이다. 그리고 부엌도 이렇게 생활감 가득 묻어나는 것이 맘에 든다. 어떻게 보면 도구가 많고 어지러운 느낌인데 그것마저 여름 햇살을 받아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색감도 너무 개취.


익히 알려진 엘리오의 감정, 상황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지만 먹는 과일이라서 화제가 되었던 '복숭아'에 대한 해석이나, 장면별로 의미를 분석하는 것은 이미 너무 많은 정보들이 떠돌고 있어서 생략.

여기서는 개인적인 주요 명장면 감상과 그 배경에 깔리는 OST 목록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 이하 내용 언급 및 결말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요 명장면 및 영화 사운드트랙(OST)

 

바흐 피아노 클래식. Bach - Capriccio in B flat major, BWV 992 / 6분 38초

바흐의 곡을 다양한 버전으로 편곡하여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엘리오의 모습에 놀라는 올리버. 평소에는 늘 올리버의 주위만 맴돌며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소심하던 엘리오지만, 자신의 특기인 피아노를 칠 때만큼은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심지어 팬 조련하듯이 피아노 연주 하나만으로 올리버와 관객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밀당을 한다. 개인적으로 콜바넴에서 티모시가 치는 피아노 버전이 훨씬 더 좋았다. 이건 팬이라서가 아니라 뭔가 영화에서는 장난처럼 '리스트 버전'으로 편곡했다면서 굉장히 활발하게 편곡을 했고, 강하고 신나게 건반을 누르면서 치는데 더 활기 있고 듣기 좋았다. 

 

call me by your name

평소에는 "I thought he didn't like me." 이런 낙서를 연습장에 쓰면서 고민하고, 하루 종일 올리버만 생각하는, 첫사랑의 열병에 빠진 영락없는 사춘기 소년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사춘기 소년 엘리오의 첫사랑 올리버

 

파티 댄스 장면

♬ Love My Way - The Psychedelic Furs

80년대 이탈리아의 디스코장 같은 분위기가 넘쳐흐르는 댄스파티 장면에서 나오는 노래. 이 음악의 도입부 전주가 흐르자마자 올리버는 '아 이거 내 노래야~' 이런 느낌으로 손가락을 흔들며 신나게 엉성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여자 친구와 다정해 보이는 올리버를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담배만 태우던 엘리오도 이 노래가 나오자 적극적으로 춤을 추러 나간다. 그리고는 질투 맞불 작전인지 함께 온 동네 여자 사람 친구 마르치아와 춤을 춘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Is it better to speak or to die?

♬  Le jardin féerique from Ma mère l'Oye - Szervánszky & Cavaye

비 오는 날 꼭 떠오르는 장면! 영화 연출상으로도 일부러 창밖에 비가 타닥타닥 부딪히며 내리는 소리를 크게 들려주는 것 같다. 천둥 치는 소리도. 엄마 무릎에 누워서 단편 소설집의 한 이야기를 듣는데, 중요한 대사가 나온다. "말을 하는 게 나을까, 그냥 죽을까?" 동성애의 시각으로 본다면 이는 고백을 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포기할까로 빗대어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엘리오는 부모님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는 그런 질문을 할 '용기가 없을 거예요"라고. (I never have a courage to ask the question like that.)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비 오는 창밖 풍경과 빗소리도 너무 좋았던 엡타메롱 읽어 주는 장면.

이때 아버지의 따뜻한 격려의 한마디. 우리한테 언제나 얘기해도 된다는 거 알지(You know that you can always talk to us). 그래서 이 영화는 '성소수자(동성애)를 위한 동화'라고도 불린다. 이렇게 이해심 넓고 다 포용해주는 따뜻한 부모님은 현실 속에서는 찾기 힘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

 

콜미바이유어네임 엡타메롱

콜바넴 대사들은 영어가 주요 언어이긴 하지만, 엘리오네 가족들은 모두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를 자유롭게 섞어가며 의사소통을 한다. 다국적 언어들의 향연이랄까? 엘리오의 엄마도 처음에는 독일어로 책을 읽어주다가 영어로 번역하다가 왔다 갔다 한다. 처음에 엄마가 엘리오를 'Mon Cheri'라고 부르는데 이는 프랑스어로 'My Darling'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다양한 언어를 듣는 묘미도 있다.

 

 

 

Futile Devices - 달빛 아래 기다림

 

콜미바이유어네임

최애 곡. 잔잔하고 서정적인 피아노 곡이다. 해 질 녘 엘리오가 어디로 간지도 모르는 올리버를 찾다가, 맥없이 앉아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장면에 나온다. 유대인 상징인 목걸이를 입에 물었다 놨다 초조해하면서 어둠 속에 잠겨 있다. 그냥 이 장면 자체를 영화 통틀어 정말 좋아한다. 프레임 외곽을 액자처럼 둘러싼 나뭇잎들과 거기 둘러 쌓여 앉아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오버사이즈 니트를 입고 목걸이를 물어뜯으며, 외롭게 앉아 있는 엘리오의 뒷모습도.

섬광 효과 싫어하시는 분들은 초록 불빛 필터 효과 같은 게 지나가는 듯한 연출에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감독이 의도한 것이라고 생각이 돼서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Mystery of Love ♬  - Sufjan Stevens : 이별여행에서 금기가 풀린 둘의 사랑 

거의 영화의 주제가 격 메인 테마이자, 90회 아카데미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 된 스티븐스의 곡. 영화를 안 봤더라도 도입부 반주만 나오면 이 음악은 아는 사람들이 꽤 있을 정도. 영화 전반을 통틀어 유일하게(?) 밝은 분위기의 곡이다. 둘이서 자유롭게 폭포수에서 서로의 이름을 불러 주며, 뛰어가는 모습에 너무나 해방감이 느껴지고 상쾌하며 모든 금기가 일시에 풀린 듯한 착각을 주는 장면.

하지만 영원할 수 없는 이 찰나의 행복이 너무 안타깝고 애절하다. 이별 전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라니 너무 잔인한 거 아닙니까?

 

call me by your name

 

 

▍이별의 아픔 - heartbreak

영어와 프랑스어가 뒤섞여 공중 전화를 걸며 엄마에게 데리러 와 줄 수 있냐고 묻는 엘리오. 'Can you get me, Mom?'

얼굴과 귀까지 빨갛게 되며 울음을 참다가 차를 타고나서 감정이 폭발한다. 엄마는 다 알고 있는 것인지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한 손으로 엘리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착잡한 표정을 짓는다.

(이 와중에 유치원생들이나 멜 법한 덩치에 비해 작고 귀여운 노란색 배낭이 눈에 띈다. 그만큼 아직 어린 소년이라는 표상인가.)

세상 무너진 듯이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막 구기고, 일그러뜨리며 흐느끼는 데 내 마음이 다 찢어졌다.

 

콜미바이유어네임콜미바이유어네임

 

▍친구로 지내자. 평생?  - For Lavi. (For Life.)

이성 친구인 마르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참 풋풋하게 잘 어울리는 청춘남녀로 보였는데, 엘리오의 마음은 온통 올리버뿐. 마르치아 마지막 순간까지도 엘리오에게 "너한테 화난 거 아니야. 사랑해 엘리오. 친구로 지낼 줄래?"라며 마음을 고백하고 먼저 손을 내민다. 정말 여러 의미로 가슴 뭉클해지는 장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받아들이고, "우정으로라도 남고 싶은" 마르치아의 마음.

이 와중에 "평생?" 하고 칼 같이 되묻는 엘리오가 오히려 더 야속하게 느껴졌다. 한 치의 여지도 주지 않는 느낌? 어찌 보면 그게 맞는 거지만.

 

콜미바이유어네임콜미바이유어네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엘리오 & 마르치아의 우정 

 

▍이별의 고통을 겪고 있는 '누구나'에게 올리버가 떠난 뒤 엘리오와 아버지와의 대화 

 

You are both lucky to have found each other.

 

아버지는 말한다. 그 고통스러운 감정마저도 니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라고.

억지로 없애려 하지 말고 다 느끼라고.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call me by your name

"보통 부모들이면 없던 일로 하고 아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길 빌겠지만 난 그런 부모가 아니야.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려고 마음을 잔뜩 떼어 내다간, 서른쯤 되었을 땐 남는 게 없단다.
그럼 새로운 인연에게 내어줄 게 없지. 그런데 아프기 싫어서 그 모든 감정을 버리겠다고? 너무 큰 낭비야.
.... 어떻게 살든 네 소관이지만 이것만은 명심하렴. 
지금의 그 슬픔. 그 괴로움 모두 간직하렴.
네가 느꼈던 (사랑의) 기쁨과 함께." 

Visions of Gideon - Sufjan Stevens 

 

티모시를 오스카 후보로 올려놓은 장면이자,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은 여운을 남기는 명장면에 흘러나오는 음악. 엔딩은 총 3가지 버전으로 찍었다고 하는데, 그중 가장 잘 나온 컷을 고른 것이라 한다. 개인적으로 이 씬의 뜻밖의 묘미는 올리버의 결혼 소식을 듣고 세상 끝난 것처럼 허탈한 표정으로 모닥불 앞에 앉아 눈물을 글썽이는 엘리오 뒤에서, 엄마와 가정부는 아무렇지도 않고 분주하게 하누카(유대교 축제일의 하나)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 포커스 아웃, 즉 블러 처리되어 그들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지만 계속해서 열심히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 건 알 수 있다.

 

'일생일대의 사랑'이 끝난 것만 같은 엘리오의 공허한 심정과는 별개로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다는 슬픈 현실이, 뒤에서 식기 배치하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 등의 생활 소음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특히 내가 너무 애정 하는 엘리오 어머님 연기하신 배우. 미모와 지적 분위기가 장난 아니시다. 마치 잠을 자던 아들을 깨우듯이 엘리오를 계속해서 부르는데 첫 번째, 두 번째 느낌이 미묘하게 다른 톤이어서 더 리얼하게 느껴졌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이렇게 모든 게 '일장춘몽', '한여름밤의 꿈'이었던 것처럼 영화는 관객들을 깨우면서 끝이 난다. 

상당히 미화되었지만, 결국 현실은 이상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안타깝고 아련해서 여운이 얼마 간 계속된다.

 

그리고 역시나 마지막에 티모시 샬라메의 시선 처리 연기도 압권이다. 정말 의도한 건지, 우연히 그렇게 됐는데 감독이 포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뒤쪽에서 엄마가 '엘리오'하고 불렀을 때, 티모시가 아주 찰나의 순간, 카메라를 강렬하게 응시하는데, 그게 정말 인상적이었다.

관객과 아이 컨텍트를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들의 연애사를 엿보다가 들킨 것 같아 깜짝 놀라 뜨끔했달까. 뇌리에 깊게 박힌 장면이다. 그러고 나서 블랙아웃되면서 영화가 끝나기 전에 '타들어가는 모닥불' 소리. 이 역시 마치 '식어버린 사랑'을 암시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콜미바이유어네임 엔딩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엔딩 롤 크레디트 - 티모시 샬라메 , 뒤에 포커스 아웃 된 엘리오 엄마가 보인다.

티모시가 이 장면의 촬영 비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터뷰를 들었는데, 이때 가수들이 끼는 인이어처럼 귓속에 작은 칩을 끼고 Visions of Gideon을 직접 들으면서 연기했다고 한다. 그럼 그렇지! 아무리 연기의 신이어도 이런 감정과 분위기를 풍기는 명장면에서 음악이 없이 연기를 하기는 힘들었을 수도 있다. OST 가사도 정말 환상적으로 상황과 들어맞아서 더 연기에 몰입하기 좋았을 것이다.

 

참고로 이 모닥불 장면에서 실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대본을 보면, 대사가 없기 때문에 대본에는 이렇게만 나와 있다고 한다.

 

Elio crouches in front of the fire. His face lost in thoughts. The entire end credit scrolls on his closeup.

 

이 지시문 문장 하나만 가지고 이런 표현을 하고, 이런 명장면을 탄생시킬 수 있다니!

정말 티모시는 천상 배우, 연기 천재가 맞는 것 같다.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뜻 : 서로의 이름을 바꿔 부르는 것의 의미, 전화기 너머로 애절하게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두 사람.

 

단순히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로맨틱하고 비현실적인 매력이 있는 둘 만의 언어이다.

엘리오를 올리버로, 올리버를 엘리오로 부르는 것.

이는 결국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이다."

두 사람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영혼의 단짝, 한 몸과 같은 사이임을 내포하는 표현이 아닐까?

추측해보았다.

 

# 여담 : 영화의 시점 - 10대 소년 엘리오의 관점, 심리 기반으로만 서술되어 있는데 동일한 장면에 있어 올리버는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감정이었는지 반대가 궁금하기도 하다. 그래서 오디오북을 사서 듣는 분들도 많다고 함.

 

 

결말에 대한 단상 - 이탈리아 여름처럼 뜨겁던 사랑과 극명히 대비되는 엔딩 

 

사실 엔딩에 많은 의문이 남는다. 그저 여름날의 불같은 감정, 짧게 소나기처럼 지나가는 첫사랑이었는가? 올리버는 왜 엘리오와 밤을 같이 하고 희망을 줘놓고서 결국에는 여자랑 결혼을 하는 것인지. 이제 와서 사회적 시선과 비난 때문에? (그렇다면 정말 실망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냉정히 생각해 보면, 올리버는 엘리오보다는 그래도 어른인데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거면 미성년자를 그냥 놔뒀으면 어떨까도 깊었다. 살짝 비겁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끌리는 감정을 자제하지 못했다는 거겠지. 난 그저 엔딩에서 모닥불 보며 처연하게 우는 엘리오(티미)가 안쓰러울 뿐..

계절 변화로 순식간에 반전되는 영화 분위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이탈리아의 따사롭고 눈부신 여름이 엔딩에 이르면 순식간에 눈 덮인 한 겨울로 전환된다. 같은 배경, 공간이지만 대조적으로 전혀 활기 없고 소박한 모습. 감독은 이를 꽤 긴 정지 화면으로 보여준다. 이는 실연으로 인해 바닥으로 치닫는 엘리오의 심리를 대변해주는 듯하다. 찬란한 사랑의 기쁨을 누리다가 한 순간에 가슴이 쿵 내려앉은 듯 허탈한 기분을 관객인 나 역시도 지울 수 없었다. 


겨울을 맞이한 집에도 처음에는 헤드폰을 끼고 신나게 춤추며 등장하던 엘리오. 그러나 결혼 소식을 듣는 전화 한 통에, 순식간에 그의 가슴은 쿵 하고 내려앉으며, 표정이 침체된다. 다른 전화기로 통화 소리를 몰래 엿듣고 있던 부모님 역시 너무도 속상해하며 아들을 가엾이 여기는 눈빛을 주고받는다. 관객도 느꼈다시피 부모님은 이미 엘리오와 올리버의 관계를 눈치채고 있었던 것!

"I remember everything

(난 모든 것을 기억해.)"

 

티모시 샬라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수화기 넘어 올리버의 마지막 말.

그 해 여름, 누구보다 뜨거웠던 사랑을, 추억을 전부 기억한다고. 

 

기억하면 다야?!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배신감마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물론 현실이라면 미성년자와 어른의, 그것도 동성 간의 사랑이 용인되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 생각하는 타입이라서.

속편이 만일 나온다면, 콜미 바이 유어 네임 2에서는 도대체 어떤 전개가 기다리고 있을까?

후속 원작 격인 '파인드 미'가 있다고 하지만 스포 당하기 싫어서 읽지 않으려 한다.

 

그래도 어찌 됐든 엘리오(Elio)인 티모시가 보고 싶을 때 두고두고 꺼내볼 명작!

긴 글 읽어주신 분들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 출처 표시한 외에 모든 영화 화면이나 사진은 허니 바이브가 직접 캡처 or 촬영한 것이며 불펌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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