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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Drama/🎬 영화

[오스트리아 영화]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Egon Schiele: Death and the Maiden) - 리뷰 및 비엔나 전시회 & 촬영지

by 허니바이브 2021. 4. 13.

 

[유럽 오스트리아 영화]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 
Egon Schiele : Death and the Maiden, 2016

- 꽃미남 화가와 함께 하는 영화 리뷰 및 비엔나 전시회, 영화 촬영지 -

 

에곤 쉴레 영화 포스터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 드라마/역사 | 2016.10.7 개봉 | 러닝타임 1시간 50분

 

감독: 디터 베르너

배우(Casts):

노아 자베르드(에곤 쉴레), 발레리 파흐너(발리 노이질),

마레지 리크너(게르티 쉴레)

OST 작곡가: 앙드레 드지에주크


* 에곤 쉴레 (1890 - 1918)

 

오스트리아의 표현주의 화가

28세의 젊은 나이에 스페인 독감으로 요절

구스타프 클림트와 함께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화가인 에곤 쉴레의 전기 영화

"죽음과 성"을 주제로 파격적인 그림을 그린 천재 화가.

당시의 우울한 시대상을 반영, 독하고 공허한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독특한 화풍

 

시청 가능 :

U+ 모바일 tv 

 

원작 :

작가 힐데 베르거의 원작 소설

"죽음과 소녀 에곤 쉴레와 여자들"

 

 [ 줄거리 ]  

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의 유행으로 피폐해진 1900년대 초반, 유럽. 클림트를 능가할 재능으로 주목받으며, 20세기 미술계를 뒤흔든 천재 화가 '에곤 쉴레'와 그에게 영감을 준 네 명의 뮤즈를 중심으로 한 일대기. 시대를 뒤흔든 문제적 화가 에곤 쉴레의 짧지만 강렬했던 인생에 대한 내용이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섹션에 초청되어 총 3회 상영, 전석 매진될 정도로 국내에서도 주목받았던 작품이다. 에곤 쉴레는 도발적이고 에로틱한 인체 묘사로 20세기 초 유럽 화단에 충격을 안겼던 천재 화가이며, 클림트가 갖고 싶다고 할 만큼 천재적 재능을 지녔지만, 스페인 독감으로 인해 짧고 굵게 생을 마감했던 인물이다.

 

이 영화는 4살 연하 여동생 게르티의 쉴레의 관점으로 1910년 경~1918년까지 청년 에곤 실레의 삶을 짧고 굵게 다뤘다. 실제로 그의 영감을 자극했던 배경인 오스트리아,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 이탈리아의 트리스테, 룩셈부르크 등 유려한 유럽의 풍광명작(드로잉, 유화) 탄생 과정 및 비하인드 스토리를 세세히 엿볼 수 있어 흥미진진하다. 예술가의 실제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추천한다. 

 

영상미부터 클래식한 OST까지 시종일관 메이드 인 유럽, 예술 영화의 감성과 느낌으로 가득하다. 그의 작품과 연결되는 스토리는 흥미로웠으나, 냉정하게 한 남자라는 개인으로 봤을 때는 상당히 '나쁜 남자', 무책임한 남자인 것 같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경제적 지원이 필요했기에 사랑이 없는 부잣집 아가씨와 결혼을 하였고, 그러고 나서도 애인이었던 발리에게 연인 관계를 유지하며 매년 1번씩 만나 휴가를 같이 가자는 등의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한다.


태생이 타고난 화가 

2살 때부터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고, 어려서부터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던 에곤 쉴레는 정식 적응으로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음에도, 명문인 빈 예술 아카데미에 '최연소'로 입학허가를 받으며 그 재능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아카데미의 보수적인 학풍에 반대해 학교를 자퇴하고 '신예술가 그룹'을 결성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발전시키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영화 속에도 이런 대사가 나온다.

 

"새로운 예술은 없어. 새로운 예술가만 있을 뿐."

"전 화가예요. 표현의 자유를 지킬 책임이 있어요!"

 

초기에는 구스타프 클림트 덕후일 정도로 그를 오마쥬한 작품까지 낸 제자였으나, 점차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게 되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와 내밀한 관능적 욕망, 인간의 실존을 둘러싼 고통스러운 투쟁에 관심을 보였다. 또한 과거의 전통적인 균형의 미를 거부하고 인간의 육체를 왜곡하고 뒤틀린 형태로 거칠게 묘사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광기에 시달린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과격하고 적나라한 신체 그림을 그린 그의 화풍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그런지 사실 처음 본 사람들은 그의 작품의 색깔이나 톤, 거친 터치 등이 그다지 유쾌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하게 자꾸 보다 보면 (특히 기분이 바닥일 때) 적응되고 이해되는 느낌이었다.

 

* (예술 사조) 표현주의란? 

인간 중심이었던 르네상스 이래 유럽 미술의 전통적 규범을 벗어나려 한 20세기 미술 사조 중 하나. 작가의 내면적, 주관적인 감정 표현에 치중한다. 예술의 진정한 목적은 감정과 감각의 직접적인 표현이므로 회화의 선, 형태, 색채 등은 감정의 표현 가능성만을 위해 이용되어야 한다고 주창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관습인 구성의 균형과 아름다움을 좇는 것이 아닌, "뒤틀린 왜곡"이 주제를 강조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위키피디아 참고)

  

다음으로 영화를 더 매력적으로 빛나게 해주는 "감상 포인트"를 살펴보도록 하자.

 

 

 

 유럽의 유려한 풍광들 - 배경음악, 색감, 영상미가 다 한 작품

 

에곤 쉴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체코의 체스키 크룸로프이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매료되었다. 개인적으로 에곤 쉴레라는 인물의 인성이나 인생 스토리보다는 작품 탄생 과정, 비화, 아름다운 영상미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는 인물화로 유명하지만 체코의 풍경을 담은 풍경화도 독특한 매력이 있어 눈길이 간다.

 

아래 사진에서 에곤 옆에 서 있는 여성은 뒤에서 설명할 2번째 뮤즈 모아 만두이다. 이 둘은 같이 유럽 여행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에곤 쉴레 어머니의 고향이었던 체코의 크롬 마우(현재 체코 체스키크룸로프)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유럽식 건축물 내리막길에서 자전거 타면서 질주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낮에는 화창한 날 계곡에서 친구들과 물장난 치며 그림을 그리고, 밤에는 억눌린 욕구를 발산하면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등 자유분방하게 즐기는 모습들이 '신예술가 그룹'을 잘 표상하는 듯했고, 무엇보다 잔잔한 클래식 피아노 배경 음악과 아름다운 영상미와 잘 어우러져 눈과 귀가 즐거웠다. 

 

에곤 쉴레 체코
영화 에곤 쉴레 - 체코 케스키크룸로프의 장관 (영상으로 보면 더 멋있어요!)
위 장면에 나온 풍경을 바탕으로 탄생된 작품 - 크루마우의 풍경

 

  오스트리아식 독일어의 매력과 잘생긴 남자 주인공 : 노아 자베드라(Noah Saavedra)

 

오스트리아 영화인만큼, 독일어에도 귀가 간다. 먼저 고백을 하자면, 정통 독일어와 오스트리아 사투리라고 여겨지는 독일어의 차이를 저는 잘 모릅니다. 다만 그저 멋진 주인공이 훈훈한 목소리로 대사를 읊어서 좋게 들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독일어라는 언어의 매력을 다시금 느꼈다. 여담으로 영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같은 반에 오스트리아 남학생을 관심 있게 본 적이 있어서.ㅎㅎ 그들이 뭔가 나는 전혀 모르겠는 독일어라는 언어와 상당히 품위 있게 들리는 악센트로 빠르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시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영화의 또 하나의 흥행 견인 역할을 한 것은 역시 남자 주인공 노아 자베드라(Noah Saavedra)이다. 한국 개봉 당시, 꽤 여성 팬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친히 SNS를 통해 한국 팬들에게 감사의 영상 메시지까지 보내오기도 했다. 역시 한국 양덕들의 덕심은 놀랍다! 어쩜 이렇게 영롱한 눈동자와 조각 같은 이목구비를 지녔죠? 실제 에곤 쉴레의 사진을 보면 제임스 딘에 더 가까워 보이는 짓궂고 날카로운 인상에 가까운데, 실사에 비해 너무 꽃미남을 캐스팅한 것 같기도 하지만 눈은 즐거웠다.

 

에곤 쉴레 노아 자베드라
에곤 쉴레 영화 - 노아 자베드라

 

 

 에곤 쉴레 - 그의 4명의 뮤즈들

 

유명한 예술가들에게는 항상 영감을 주는 존재인 "뮤즈"가 있다고들 한다. 영화에서는 에곤 쉴레의 4명의 뮤즈들이 등장한다. 영화 시간 흐름 순서대로 나열하면 그의 친 여동생 게르티 쉴레, 유일하게 그의 작품 속에 이름을 남긴 댄서 모아 만두, 열렬히 사랑했던 영혼의 짝 발리 노이질,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부인이었던 에디트 하름스이다. 

 

 

1. 게르티 쉴레 - 여동생이자 첫 번째 뮤즈 

에곤 쉴레 영화
영화 -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 - 여동생 게르티 쉴레

그의 첫 뮤즈는 여동생이다. 에곤은 이상하리만큼 여동생에게 집착했고, 그녀의 신랑감을 질투하며 결혼을 반대하기도 했으며, 게르티의 나체화를 종종 그리기도 했다.  게르티는 오빠인 에곤 쉴레 그림의 모델이 되어주기도 하고, 유일한 혈육으로서 정신적인 보호막도 돼주었다. 에곤은 게르티의 지지와 보호 아래 예술에 온전히 전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여동생의 나체를 그리는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충격적인 장면의 오프닝은 각오를 하고 보실 것.) 정신세계가 궁금하지만...

 

"천재는 미쳤다."는 말이 있듯이, 그는 그저 예술, 그림에 미쳤고, 인간의 신체 역시 일종의 그림을 그리기 위한 피사체 그 이상의 것이 아니었지 않나 싶다.(합리화를 해보자면.) 다행히도 선을 넘어서 둘이 서로 이성적으로 좋아하거나 이어지는 장면은 없었지만, 실제로는 그런 혐의가 의심될 정도로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닌 측면이 있었다고 한다. 이는 그의 불운한 가정사에 기인한다고 볼 수도 있다. 철도 공무원이었던 에곤의 아버지는 그가 15세 때 사망했는데, 정신이 나간 아버지가 갖고 있던 주식 등을 모두 불태우는 바람에 가족들은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아야만 했다. 엄마 역시 집안에 무관심했고, 이러한 불행한 유년시절에 유일한 애착의 대상이 여동생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도 늘 과보호 성향, 게르티에게 과도한 애착과 집착이 강한 오빠로 묘사된다.

 

 

2. 모아(MOA) 만두 - 작품마다 유일하게 이름이 적힌, 흑인 모델 & 팬터마임 배우 

에곤 쉴레 모아 만두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
에곤 쉴레 영화 - 뮤즈 모아 만두

"살아있는 그림 전시"라는 쇼의 팬터마임 모델 모아는 자유롭고 당찬 영혼의 소유자이다. 그녀를 만나고 나서 에곤 쉴레 작품 세계도 더 풍부해졌다고 한다. 이 영화 전반을 통틀어 그나마 가장 밝고 통통 튀는 매력의 솔직한 캐릭터이자, 초반부에 그림 여행을 다니며 행복했던 시기를 함께 했던 인물. "유명해지고 싶기 때문에 니 작품의 모델이 된 것이니 이름을 적어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당돌하면서도 합당한 요구를 하였고, 이를 받아들여 주자 모델을 해준다. 

 

 

3. 일생의 마지막 사랑이자 영혼의 단짝 & 뮤즈 -  발리(Wally) 노이질 

 

에곤 쉴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그녀이다. 처음에는 전형적인 예술가와 뮤즈 관계로 출발을 한다. 그러다가 점차 사랑하게 되며 연인으로 발전한다. 쉴레는 발리가 17세 되던 해에 스승이자 조력자인 화가 클림트의 소개로 그녀를 만나게 된다. 발리는 조잘조잘 말이 많다고 하여 '종달새'라 불리기도 했는데, 에곤 쉴레의 그림에서도 드러나듯이 빨간 머리띠, 파란 눈, 스타킹이 그녀의 아이콘이다.

 

에곤 쉴레 영화 발리
에곤
영화 - 에곤쉴레와 발리 노이질

발리는 에곤에게 있어 창작의 원천이자, 가장 진실되고 헌신적인 사랑을 주는 여성이었다. 실제로 이 두 커플은 4년간 동거를 하며 거의 반 부부처럼 생활한다. 미성년자 가출 소녀를 재워 준 것으로 인해 아동 추행 혐의로 수감됐을 때도 발리가 온갖 방법을 다 알아봐 주고, 풀려날 수 있게 변호해주고.. 무엇보다도 발리는 끊임없는 에곤 쉴레의 영감의 원천이자 진정한 뮤즈이기도 했다. 그러나 1차 대전이 발발하고 전쟁통에서도 생계를 유지하며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쉴레에게 필요했던 건 경제적인 지원이었고, 그는 냉정하게 발리를 떠난다.

 

"그림을 못 그리면 난 죽을 거야. 알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쉴레를 사랑하며, 그를 위해 전쟁터에 따라가 간호사까지 맡아했던 그녀의 모습에 가엽고 안타까우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참 사랑 또 있을까? 발리 노이질은 에곤의 첫 전시회가 열리기 전 달마시아 해변의 야전 병원에서 성홍열을 앓다가 사망. '달마시아 해변'은 너무 아름다운 장소로 잠깐 스쳐 지나가는데, 에곤과 발리가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같이 살고 싶어 했던 곳이어서 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4. 인생 마지막을 함께 한 부인 - 에디트 하름스(에디트 쉴레)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라 그도 전쟁에 참여해야 했는데 계속 그림을 그리기 위해 부잣집 딸 에디트 하름스와 결혼을 한다. 열렬한 사랑이 없는 결혼으로 묘사되며, 아내 에디트가 에곤 쉴레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 여성으로 그려진다. 사실 에곤에게는 그 어떤 여인도 발리의 자리를 채울 수 없었다. 아내 에디트는 에곤의 화풍을 이해하지 못했고, 품위를 지켜야 한다면서 본인을 그만 그리라고 하며 모델이 되기를 거부한다. 오히려 인물화가 아니라 풍경을 그려 보라며 종용하기도 한다. 에디트와 결혼함으로써 돈은 풍족하게 되었지만 그의 예술 혼은 메말라 갔고, 진정한 인생의 사랑인 발리 역시 잃은 것이다.

 

 

  원작 그림과 배우들의 포즈를 비교하는 재미

 

 | 검은 스타킹을 신은 발리 - 발리 노이질 드로잉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
원작과 영화를 비교해보세요.

 

 

  색감, 빛 사용, 대칭 구도가 인상적인 영화 - 쉴레의 작업실 인테리어 

 

전반적으로 빛을 잘 사용하고, 색감 대비를 잘 이용한 영화였다. 초반부에 모아 만두와 친구들, 여동생과 함께 유럽 여행을 다니고, 밝은 분위기의 씬에서는 햇살 가득한 필터를 끼운 냥 따뜻한 느낌이 지배적이다. 반면에 중간중간 삽입되는 암울한 현재 상황(스페인 독감으로 투병)으로 장면이 전환되면, 정말 칙칙하고 암울하며, 빛 한 점 안 드는 어두운 색감이 주가 된다. 

 

영화를 보다 보면, 너무 정교한 세트에 가끔씩 놀랄 때가 있는데 에곤 쉴레 역시 마찬가지 었다. 일단 가장 취향 저격을 당한 곳은 쉴레의 작업실. 큰 창으로 채광이 잘 들고, 곳곳에 걸린 당시 에곤의 드로잉, 유화 작품들과 발리에게 선물로 준 화려한 무늬의 원피스, 앤틱 한 가구들과 소품 배치 등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에곤이 모델들의 사진을 찍는 장면에서 이 작업실을 바깥 앵글에서 잡은 화면도 등장을 하는데, 담쟁이덩굴 같이 수풀로 뒤덮인 자연 친화적인(?) 모습도 색다르지만, 창의 배치가 대칭 구도로 균형 잡힌 부분이 맘에 들었다. 여담으로 그 당시에 사진기는 촬영을 하면 저렇게 불꽃이 치솟아 올랐나 본데, 사진을 찍을 때마다 뜨겁고 위험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
영화 -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죽음과 소녀) 2016 - 에곤의 작업실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 영화
에곤 쉴레의 작업실 건물 외관 - 대칭 구도와 식물로 둘러싸인 풍경이 인상적이다.
에곤 쉴레 영화 전시회
발리가 죽고 난 후 열린 에곤 쉴레의 첫 전시회 - 역시 대칭 구도 - (전쟁 중에도 예술은 살아 숨쉬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여행 - 벨베데레 하궁에서 만난 에곤 쉴레 작품들 "죽음과 소녀"

 

에곤 쉴레는 살아생전 총 300여 점의 유화와 2000여 점의 드로잉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영화에서도 중요하게 등장하면서, 그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죽음과 소녀(Death and the Maiden 1915)"이다. 영화의 영문 부제이기도 하다. 이 그림은 연인 + 동거자 + 아내 역할이었던, 발리 노이질과 에곤 쉴레의 "결별"을 의미하는 그림이다. 


때는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내가 오스트리아 비엔나 여행을 하고 있을 때였다. 비엔나(Wien)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 중 하나가 꽃보다 할아버지에 나와서 더욱 유명해진 '벨베델레 궁전'이다. 사실 이곳은 궁전 자체도 아름답지만, 많은 사람들이 '클림트의 키스'라는 유명한 작품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곳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고.

 

그러다가 당일 현지에서 미처 몰랐던 정보를 입수. 벨베데레 하궁에서 에곤 쉴레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이 영화를 인상 깊게 본지 얼마 안 됐던 터라, 따끈따끈한 영화의 기억을 안고, 실제 작품을 볼 수 있어 설레는 마음으로 전시장으로 향했다. 물론 추가 입장료 비용은 기꺼이 지불했다. ㅎㅎ

 

에곤 쉴레 벨베데레 궁전
벨베데레 궁전 에곤 쉴레 전시장으로 향하는 길

 

[ 죽음과 소녀 Death and the Maiden 1915 ] 

- 에곤과 발리의 자화상 -

 

이 그림은 쉴레와 발리의 모습을 담았다. 에곤 쉴레는 결혼 후에도 연인 관계를 유지하자는 제안을 거절하고 떠난 발리에게 받은 충격이 컸는지, 이별 후 이 작품을 그렸다고 한다. 발리가 떠났지만 에곤은 그녀를 모델로 한 걸작이자 대표작, <남자와 소녀>를 완성한다. 그러나 그의 첫 전시회가 있기 전 발리는 전쟁터에서 병으로 사망한다. 이 소식을 듣고 에곤은 그림의 제목을 "죽음"과 소녀로 바꾼다.

 

에곤 쉴레 그림 죽음과 소녀에곤 쉴레 죽음과 소녀
오스트리아 비엔나 여행 - 벨베데레 전시회에서 본 에곤 쉴레 <죽음과 소녀>

실제로 내 생각보다 그림(캔버스) 크기가 커서 놀랐다. 위 사진은 주변을 자르고 축소한 것이라서 안 느껴질 수도 있는데, 실제로 접하면 상당히 웅장한 느낌과 묵직함이 강하게 다가왔다.  <죽음과 소녀>를 보면, '죽음'에 비유된 이별은 그림 전반의 분위기에서부터 느껴진다. 두 팔로 에곤을 어떻게든 붙잡아 보려고, 보낼 수 없다는 듯 꽉 끌어안고 있는 발리의 모습이 애절하다 못해 애처롭기까지 하다.

 

반면에 왼편에 있는 에곤은 이미 생명을 다 한 듯한 칙칙하고 검은 얼굴과 큰 흰자, 힘 없이 풀린 다리를 하고 앉아 있으며, 발리를 강하게 안아 주지도 않는다. 이미 그녀를 떠났고 에디트를 선택하면서 감정과 예술혼이 메말라버린 것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에곤 쉴레 죽음과 소녀
'죽음과 소녀' 포즈를 그대로 재현한 영화의 한 장면 - 에곤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

 

 발리와 이별했던 카페 - 비포 선라이즈에도 나온 영화 촬영지

 

사실 너무 우연의 일치여서 신기한 경험이었던 것이, 나는 원래 영화 "비포 선라이즈" 로케지 투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영화의 주요 촬영지도 오스트리아 비엔나였던 것! 그래서 찾아간 카페 슈페를(CAFE SPERL).

 

비엔나 여행 카페 슈페를
오스트리아 비엔나 여행 - 카페 슈페를(CAFE SPERL)

 

발리 노이질과 에곤이 마지막 이별하는 장면에서 앉았던 테이블

 

당시에 나는 무조건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줄리 델피와 에단 호크가 앉아서 대화하던 그 자리에 앉고 싶었지만.. 역시 인기가 있는 곳이고, 사람도 가득 차 있어서 유일하게 비어있던 한쪽 구석의 당구대 근처로 안내를 받았다. 상당히 실망하면서 마지못해 거기에 앉았는데, 처음 와 본 곳이지만 자꾸만 낯익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집에 와서 에곤 쉴레 영화를 다시 꺼내 보았는데...?! 바로 에곤과 발리가 가슴 찢어지게 이별하던 바로 그 테이블, 배우들이 앉아 있던 그 의자였던 것! 

 

영화 에곤 쉴레 발리 이별
영화 에곤 쉴레 촬영지 카페 슈페를

 

아래 사진 중 좌측 사진의 의자가 극 중 노아 자베드르가 앉아 있는 딱 그 자리이다. 뒷 쪽에 커튼 처진 것 같은 빛바랜 황금색 천으로 둘러 싸인 조명으로 바로 확인 사살 완료했다! 내가 촬영한 사진은 영화 카메라와 구도가 약간 다르지만, 잘 보면 동일한 장소이다. 영화 속에서 카페 문 입구에 코트 걸어 놓는 행거도 그대로 있었다. 나도 저기에 내 옷 걸어 봤다고! (영화 촬영지 투어 좋아하는 덕후입니다. ㅎㅎ)

 

영화 에곤 쉴레 카페 슈페를
영화에서 에곤 쉴레 역 노아 자베르드와 발리역 발레리가 앉아서 대화하던 테이블과 의자

 

 

▷ 카페 슈페를은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촬영지이기도 함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줄리 델피)이 마주 보고 앉아서 전화 통화하는 척하면서 은근슬쩍 서로에 대한 감정을 털어놓으며 썸 타는 이 자리 역시 동일한 카페 슈페를이다. 이 장면이 나오기 전에 오스트리아 현지인들이나 관광객 등 다양한 사람들이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비추는데, 그중 어떤 사람이 '에곤 쉴레는~' 하면서 독일어로 이야기하는 컷이 있다. 그만큼 현대인들의 입에도 여전히 회자되는 오스트리아의 자랑이자 유명한 화가임을 알 수 있다. (바로 아래 사진에 나온 곳과 동일한 촬영지입니다^^)

 

비포 선라이즈 촬영지 카페 슈페를
영화 비포 선라이즈 촬영지 카페 슈페를
영화 비포 선라이즈 - 오스트리아 비엔나 카페 슈페를

(+ 카페 평가 ) 카페 슈페를 자체는.. 엄청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고 고풍스럽기는 하지만, 그만큼 위생이 좋지는 않았다. 특이하게 종업원들이 다 할머니들이라서 메이드복을 입고 서빙을 하셨는데, 그다지 친절하지도 않았다. 맛도.... 사실 영화 로케지가 아니었으면 두 번 다시는 안 갔을 평타 이하의 맛. 그런데 가격이 싼 것도 아니라서.. 그냥 영화 촬영지 탐방 투어 온 값을 지불했다는 느낌으로 합리화하며 나왔다. ㅎㅎ

 

 

 발리 노이질과 에곤 쉴레의 테마 - OST  

 

예술가의 삶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다 보니, 아무래도 가수가 부른 노래보다는 멜로디 위주의 클래식한 OST들이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한 곡을 올려 봅니다. 에곤과 발리의 메인 테마 같은 곡으로 주로 흘러나왔어요. 들어보시면 대략 이 영화의 분위기를 짐작하실 수가 있습니다. ㅎㅎ 오늘 같이 비 오고 흐린 날 잔잔하게 틀어 놓고 보기 좋은 유럽 영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지난번에 제가 포스팅 한 "유튜브 동영상 넣는 방법" 보신 분들은 아하, 그렇게 넣는구나 하셨을 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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