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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Drama/🎬 영화

[아르헨티나 영화] El Angel 2018 - 엔젤, "죽음의 천사"

by 허니바이브 2021. 3. 17.

아르헨티나 범죄, 퀴어 영화
El ángel 2018
엘 앙겔 / El Angel, 엔젤

"범죄 장르임은 잊고 미장센과 OST, 잘생긴 사이코에 2시간 동안 매료되는 영화"

"주연이자 신예 로렌조 페로의 발견"

"남남 케미스트리 - 퀴어(동성애) 영화 요소?"

 - 의외로 저평가된 범죄 영화 중 하나

 

티빙(TVing )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정식으로 볼 수 있게 되었네요!!


에스파냐어(스페인어)를 쓰는 국가들 중 단연 '미남'이 많고, '탱고의 본고장'으로도 유명한 남미 아르헨티나 배경의 영화입니다!

그것도 현대가 아닌, 70년대 아르헨티나로, 필터를 씌운 듯한 따스한 화면 색감, 복고풍의 분위기 연출과 의상, OST까지 작은 규모의 독립 영화이지만 매력으로 똘똘 무장한 친구입니다!

감독이 미장센도 그렇고 대칭 구도와 색감 대비 등 전반적으로 '심미적 요소'에 굉장히 치중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지난번에 소개한 '베이비 드라이버'의 감독 에드가 라이터와 마찬가지로 음악에 조예가 꽤나 깊은 분 같습니다! 적재적소에 딱 들어맞게 깔리는 OST와 그 음악 선율에 맞춰 주인공이 춤을 추거나, 고개를 흔들 때도 '리듬, 비트에 맞춰' 까닥이는 등 시청각적인 재미도 분명히 있습니다!

 

영화 el angel

앞으로 넷플릭스의 다른 스페인 작품들도 소개할 예정인데, 이 작품은 저를 아르헨티나식 스페인어(사투리)의 매력으로 인도해 준 2번째 작품입니다.  첫 번째 작품은 단연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Money Heist, La casa de papel)'입니다! "실화 영화" 작품을 개인적으로는 좋아하거나 선호하지는 않지만, 영화계에서는 꽤나 안정적으로 주목받는, 인기 있는 소재이죠!

 

* 유튜브에서 El Angel 검색 시청 가능합니다 *

[영화 기본 정보]

국가: 아르헨티나, 스페인
장르 : 범죄/드라마, 청소년 관람 불가
러닝타임(상영 시간) : 1시간 58분 
감독 : 루이스 오르테가 Luis Ortega
주연 : 로렌조 페로(Lorenzo Ferro)
주연 급 조연 : 치노 다린(Chino Darín)
등장인물(배우)

- 까를리토스(Carlitos) = 카를로스(Carlos) 로블레도 푸치 역 - 로렌조 페로
- 라몬(Ramon) 역 - 치노 다린/리카르도 다린 주니어
- 라몬 어머니:  아나 역- 메르세데스 모란
- 라몬 아버지: 호세(조세) 역- 다니엘 파네고
- 카를로스 엄마: 오로라 역- 세실리아 로스 

[영화 줄거리]

 

‘죽음의 천사’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진 아르헨티나의 악명 높은 연쇄 살인범, 카를로스 로블레도 푸치(Carlos Robledo Puch)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퀴어 영화이다. 실제로 카를로스는 현재 아르헨티나 감옥에서 가장 오래 복역하고 있는 죄수 중 한 명이라고 한다. El Angel은 2018년 프랑스 칸 영화제에 초청받아 Un Certain Regard 섹션에서 상영되었다. 이 영화는 범행의 잔인함과 폭력성에 비해 "천사와도 같은 외모"로 세상에 충격을 안긴 주인공 카를리토스(카를로스)와 그의 친구 라몬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동시에 70년대 아르헨티나의 모습을 생생하면서도 따뜻한 색감의 비주얼로 담아낸다.(2018년 부산 영화제 참고)


줄거리와 장르만 보면 왠지 심각하고 진지한 얘기일 것 같지만, 무거운 주제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결코 사실 묘사나 잔인하고 어두운 측면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유쾌한 음악과 발랄한 연출, 화려한 색감 대비가 주는 심미성, 적재적소에 기가 막히게 사용된 좋은 음악들(탱고, tango)로 한 편의 뮤직 드라마를 본 듯한 느낌도 듭니다.

 

※주의 : 내용 언급 과정에서 약간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말 스포는 없음)

 

 

# 실존 인물과 주인공의 외모 싱크로율 99.99%

 

엔젤 로렌조페로
El angel Lorenzo ferro
실존 인물 - 아르헨티나 죽음의 천사, 카를로스 푸치

물론 100% 닮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실존 인물'을 그린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외모 싱크로율이 높아서, 만족스럽게 시청했다.

그리고 실제로 우측 사진이 카를로스 로블레도 푸치라는 연쇄 살인범인데 이렇게 금발 파마에 순진하게 생긴 소년이 그런 끔찍한 범죄들을 저질렀다니, 역시 외모가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알 엔젤(더 엔젤)에서는 카를로스라는 인물이 범죄자가 된 동기에 대해 뚜렷이 파헤치거나 설명하지는 않지만, 예고편 트레일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저 이렇게 도둑으로, 사이코패스로 태어난 '운명'으로 묘사하고 있다.

Are people crazy or not?
We all have a destiny.
I was born a thief.
I don't believe in "This is mine and this is yours."

- El Angel 2018, Carlos(Carlitos)

 

 

#로렌조 페로(Lorenzo ferro)라는 배우의 발견

 

El angel Lorenzo ferro

"잔인하고 무자비한 살인자를 세상 천진난만한 미소로 뻔뻔하게 표현"

"아름다운 외모로 태평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는 시선"

그야말로 "죽음의 천사" 그 자체였다. 

 

과연 이 역할을 비주얼부터 연기력까지 이렇게 찰떡으로 소화할 배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 된 캐스팅이었다. 로렌조 페로가 연기하는 것은 17살, 질풍노도의 시기인 주인공 카를로스(카를리토스). 공부에는 전혀 취미가 없어, 곧장 직업 전문학교로 진학한다. 처음에는 귀금속 상점 털이라는 작은 강도질에서 출발했지만, 우연히 학교에서 본인과 코드가 맞는 라몬(치노 다린)을 발견하여 접근하며, 친해진다. 그 뒤 그의 집에 드나들면서 라몬의 아버지에게 총 쏘는 법을 배우고 각종 강도짓(무기상, 보석상 털기)을 일삼다가 후에는 살인으로까지 발전해 가는 무서운 아이이다.

그러나 자기 집에서 엄마에게는 그저 순수하고 착한 귀염둥이 외동아들일 뿐. 두뇌도 나름 영리하지만, 피아노도 잘 치고 잠재력이 있는 아이로 묘사된다. 그러나 침대 속에 권총을 숨겨 두고 잔 것이 발각되고 나서부터 카를리토스의 엄마도 알게 모르게 아들이 정상이 아님을 눈치채 간다. (하지만 끝내 막지 못하는 안타까운 무력감.)

 

El angel Lorenzo ferroEl angel Lorenzo ferro

남자 주인공이자, 이 영화가 첫 데뷔작인 생짜 신인 배우인 로렌조 페로(Lorenzo Ferro). 음악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DJ 활동도 하는 98년생 젊은 청년이다. 말 그대로 "천사같이 순수하면서도 귀여운 외모"이지만, 눈빛에 따라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요물 같은" 인상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천사인지, 악마인지 관객에게 충분히 혼동을 줄 수 있는 역할인 카를로스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

대사가 없이도 '눈'으로 많은 것을 표현하는 훌륭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특히 아르헨티나식 에스파냐어 특유의 억양이랄까, 사투리이다 보니 원래 표준 에스파냐어랑 살짝 다른 맛깔이 있어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매력 둥이 로렌조. 늘 끼를 장착, 발산하고 다닌다. 라몬은 물론이고 심지어 경찰한테도 애교와 윙크는 기본.

(약간의 동성애적인 요소도 곳곳에 있음)

El angelEl angel

 

참고로 상대 배우, 절친 역할인 라몬 역의 '치노 다린'이라는 배우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넷플릭스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의 주연 토키오(Tokio) 역인 배우 우르술라 코르베로의 남편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의 남편이 출연한 영화라니! 뭔가 신기했다. 이 둘은 인스타에서도 시종일관 달달한 부부 케미를 자랑 중. 유럽 스페인과 남미 아르헨티나라는 먼 국경을 넘은 연애와 결혼이라니 대단하다.

 

 

# 이 영화를 알게 된, 선택한 계기 

사실 이 영화를 접하게 된 계기는 매우 뜻밖이었습니다. 뉴욕 여행을 했을 때, 티모시 샬라메의 영화 '뷰티풀 보이(Beautiful Boy)'를 극장에서 관람하러 갔죠.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영화 상영 전에 다른 개봉 예정작들의 트레일러(예고편)를 틀어주는데, 그중 하나로 나온 것이 바로 이 영화, '엔젤(El Angel)'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나라의 2018년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도 이미 상영된 작품이라고 해서 매우 아쉬웠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흐른 뒤 어렵게 인터넷의 바다를 탐험하여 구한 영상으로 드디어 관람할 수 있었기에 더 기억에 남습니다. 비록 넷플릭스에 올라올 만큼 할리우드 타깃의, 대규모 블록버스터 작품도 아니고, 그저 잔잔한 소규모 인디 영화에 가깝지만 뒤지지 않는 경쟁력이 있습니다! 스페인어 콘텐츠도 관심 있게 시청하고 있는 저에게는 여러모로 임팩트 있고 매력적인 작품이었네요!

 

# 영화의 시선 - 감독 해석

사이코패스 & 살인범이라는 범죄자로 규정되는 캐릭터가 등장할 때, 사실 일반적인 도덕성을 지닌 평범한 관객이라면 그 인물이 하는 행동을 이성의 잣대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영화에서는 그의 내면에 대한 독백 하나 없고, 왜 그런 행위를 저질렀는지 설명도 친절히 해주지 않는다. 오로지 배우의 눈빛과 연출로만 짐작할 수 있을 뿐. 카를로스는 피아노도 잘 치고 머리 회전도 빠르고, 명석하며 무엇보다 아직 어린 나이로 잠재력이 많은 아이로 그려진다. 가정에서도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서 그런지 애교도 있고 세상 물정에 무지하면서도 순수해 보이는 소년과 청년 사이의 경계 어디쯤에 있는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카를로스(카를리토스)가 어디서부터 인성이 잘못된 것인지, 그가 왜 사이코패스가 되어 잔인한 범죄를 일삼게 됐는지 원인 분석이나 합리화를 하려 하지 않는다. 만일 그저 카를로스의 일대기를 있는 그대로 나열했다면, 일반인의 상식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사이코패스, 이질적인 대상, 범죄자일 뿐일 것이고, 우리도 그냥 '저런 나쁜 놈이 다 있네!' 욕하기만 하고 끝났을 것이다. 이는 영화로서 의의도 없고 흥미도 주지 못한다. 그래서 감독은 사실적 묘사로 인해 자칫하면 잔인하고 무거운 다큐로 흘러갔을 분위기에 반전을 선사한다. 오히려 허구적인 요소를 많이 가미하고, 잔인함의 정도도 순화시켜서, 사이코패스 주인공의 "뻔뻔함"과 무자각을 "음악 & 뮤직 비디오스러운 연출"에 녹여 지루하지 않고 팝(pop)적이고 대중적 영화로 만들었다.

 

 

# 동성 간의 끌림, 섹슈얼 텐션(Sexual tension with Ramon)

대놓고 퀴어 영화는 절대 아닌데, 러닝타임 내내 카를로스와 라몬의 우정을 넘어선 미묘한 감정선, 마치 남녀 간에 썸 타는 듯한 모습이 묘사된다. 보석상에서 둘이서 거울을 보면서 아르헨티나 판 '보니 앤 클라이드' 강도 커플 이야기를 한다거나, 라몬이 카를로스에게 '마를린 먼로처럼 예쁘다'라고 칭찬하거나, 귀걸이까지 하고 여자같이 예쁘장하게 구는 카를로스의 눈빛 등.

 

el angel movie
카를로스(로렌조 페로)와 라몬(치노 다린)의 관계성

그리고 샤워하고 나온 라몬이 침대에 누워 있을 때 카를로스는 그의 중요 부위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그 위에 보석을 올려놓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라몬은 처음에는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이고 카를로스 짝사랑 같기도 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라몬도 뭔가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대하는 듯도 보인다. 아주 살짝.(이런 계열 영화 선호하신다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도!) 

 

El angel lorenzo ferro
El Angel 2018- Carlos and Ramon

이 와중에 라몬 엄마는 아들 친구인 카를로스에게 수작을 건다.(아니 나이 차이가 몇인데?) 하지만 카를로스는 이미 라몬을 좋아할 뿐이고. 단호박 칼 거절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난 아줌마의 남편이 더 좋아요." 안습 아주머니. 이때 물 묻은 카를로스의 입술이 클로즈업되는데 움짤이 많이 돌아다녔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 특히 이런 동성애적 묘사의 클라이맥스는 담배 연기 속에 둘이 이글이글 아이 콘택트 하며 춤을 추는 장면에서 폭발한다. 

대사 하나 없어도, 주어진 공간 안에서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비틀 대다가 서로 부둥켜안는 연기만으로 많은 의미를 함축해서 보여준다.

 

♬ OST - La casa del sol naciente

 

El angel Lorenzo ferro
카를로스(카를리토스) 역 - 로렌조 페로(lorenzo ferro)
El angel Lorenzo ferro
영화 알 엔젤(2018) 카를로스와 라몬

# 나름의 충격적인 반전

스포는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놀라거나 의아할 수 있는 plot twist가 존재한다!

보다가 깜짝 놀랐다는. 하지만 보고 나서 뭔가 이런 식의 감정선이 영화계에서 많이 봤던 듯도 하고 묘하게 이해되는 이상한 여운.

 

# 다소 설득력 떨어지는 지점 - 카를로스의 눈물

감옥에서 탈옥한 뒤 기차에서 눈물 또르르 흘리는 카를로스의 모습. 이 장면은 감독으로서도 도전(risk)이었다고 하는데, 왜 넣었을까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사이코패스 아니었나요? 여태까지 수많은 살인과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책감 하나 없었고,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었는데 감정을 발산한다고? 피도 눈물도 없이 묘사됐던 사이코패스 서사를 뒤엎는 듯 느껴져서 위화감이 들었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눈물 흘리는 모습마저 어떻게 보면 거짓 같달까 무표정하게 울어서 소름 끼치기도 한다. 눈물마저도 감정이 없어 보이는.

그도 그럴 것이 카를로스(로렌조 페로)가 총으로 사람을 쏠 때를 보면 정말 단 1초의 동요나 망설임도 없다. 그저 게임을 클리어하는 듯한 무자비함과 냉혹함. 그런 장면들이 있었기에 갑자기 왜 인간의 유약한 모습 중 하나인 눈물을 보여줬는지 궁금했다.

 

 

# 비판의 여지 = Guilty Pleasure, 죄책감이 전혀 없는 카를로스

예쁜 색감, 영상미와 좋은 음악으로 범죄 이야기는 덮인다. 사실 범죄자를 분석하고 일대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포인트가 있는 영화가 전혀 아니다. 그랬다면 오히려 매력이 반감되고 재미가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게 길티 플레져랄까. 분명히 도덕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고, 이해받을 수 없는 범죄자인데 그가 매력적으로 보인다. (대놓고 좋아할 순 없지만 배우의 매력이라 어쩔 수 없는 듯.) 그는 오프닝에서부터 "이유 없이" 춤을 추기 시작하는 것처럼 "이유 없이, 죄책감 없이" 마구 범죄를 저지르고 다닌다.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범죄의 잔인함과 심각성, 이것이 잘못되었음을 비난하고 일부러 교훈을 떠먹여 주려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영화를 보면 뭔가 불편하고 잘못됐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와 닿는다. 

 

el angel lorenzo ferro
죄를 인지하지 못 하는 카를로스

인상적인 대사 하나가 카를로스의 심리를 대표한다. 죄를 짓고도 전혀 그것이 잘못인 줄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

Carlitos(Carlos) : Do you want me to act like if I was crazy?
저 보고 미친 것처럼 행동하라는 말씀이세요?

Mom : Do you think a normal person could do what you did?
정상적인 사람이 너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오프닝/엔딩 춤의 수미상관식 연출 의도?

 

영화 el angel 오프닝

영화 도입부에서 카를로스가 경쾌하게 춤을 출 때, 카메라는 그가 잠입한 대저택을 더 비중 있게 잡지만, 그가 엔딩에서 마지막으로 춤을 출 때, 카메라는 그가 은신해 있는 빈집과 어두운 배경에 포커스를 더 맞춘다. 이로 인해 어둡고 무거운 공간이 부각되며, 관객들에게는 카를로스보다 그를 짓누르는 주변 상황과 무게가 훨씬 크게 느껴진다. 체포당하기 일보직전, 더 이상 그의 춤사위를 보고 있기 힘들고 위화감이 커질 무렵, 감독은 친절하게 관객을 카메라 앵글 밖으로 퇴장시킨다.(부산국제영화제 평) 특히 El Angel은 범죄 영화에서 가장 클라이맥스이면서 누구나 궁금해하는, 체포되어 가는 현장을 막상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이는 듯이, 마지막 자신만의 의식을 치르듯이 혼자서 신들려서 춤을 추는 카를로스를 클로즈업할 뿐이다. 그렇게 그는 '죽음의 천사'라는 악명 그대로 남는다.

 

 

♬ 영화 주요 OST - 유튜브에서 감상 가능

1. 오프닝/엔딩 수미상관 댄스 곡 : El extraño de pelo largo

2. 보석상을 터는 장면에 나오는 락(rock) 음악 : Llegará la paz

3. 쌍둥이 여자 친구들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데이트하는 장면 : Adonde está la libertad

4. TV 토크쇼에 나와서 스타 행세를 하는 라몬을 보면서 춤추는 장면 : Corazón contento

5. 자동차 폭발 & 라몬과 터널을 운전할 때 나오는 극적 클라이맥스를 표현한 곡: La casa del sol naciente

6. 보석상 털 때 나오는 탱고 음악 : 피아졸라 - 천사의 밀롱가/천사의 죽음 

* 원제: Milonga del ángel(Milonga Del Angel)

 

* 반도네온 : 아르헨티나에서 유명한 일종의 아코디언으로, 특히 탱고 음악에서 많이 쓰이는 악기이다.

>> 아르헨티나의 상징이기도 한 탱고, 그중에서도 꽤 유명한 곡인 밀롱가의 천사와 1번, 5번 곡 정도는 꼭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총 감상평 

카를로스 역의 로렌조 페로의 매력에 푹 빠져서 그가 악마 역할이라는 사실을 잊었고, 러닝타임 내내 색감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카를로스는 한마디로 "잘생긴 사이코"였다. 단순히 무지함과 10대 청소년의 방랑이라 보기에는 도를 넘은 범죄를 저질렀기에 용서받을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영화 안에서는 성립되는, 왠지 모르게 살짝 공감도 가게 되는 매력적인 캐릭터.

 

어쩌면 감독은 이렇게 발랄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천진난만함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악함이 공존하는 주인공 카를로스의 배경을 밝은 색감과 팝적인 음악으로 포장하여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그의 인격과 범죄 행위에 심각성을 부각했는지도 모른다. 정말 본인이 "정상이 아닌" 사람이고, 나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조차도 인지도 못한 채, 본인만의 행복한 자아 세계에 갇힌 모습 말이다.

 

무엇보다도 흔한 범죄 영화가 그렇듯이 범행 동기가 뚜렷한 편도 아니어서 더 놀랍다. 그저 사이코패스라고밖에 설명 가능한, 납득할만한 지점이 없어 보인다. 사회 부적응이나 세상에 대한 불만, 가정 불화, 복수심도 아니었고, 집에서는 그저 구김살 없는 외동아들일 뿐이었는데...

마지막 엔딩 크레디트에서 그렇게 수많은 잔인한 악행을 저지르고도, 무표정하고 태연하게 춤을 추며 체포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그저 소름이 끼친달까, 정말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가 맞는 것 같았다. 카를로스의 외모가 그 당시 화제가 되었던 이유는 아마도 우리 상식으로 흔히 범죄자의 인상은 험악하고 부리부리 하게 생긴 사람일 거라 상상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에서는 많이 순화되고, 각색해서 처리한 부분이 많지만, 실제로는 더 끔찍하고 무자비한 범죄들을 많이 저질렀기에,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반성을 못 한 것인지 석방을 수차례 요구하면서 감옥에 복역 중이라고 하니 실존 인물은 정말 더 무섭고 이해하기 힘든 것 같다.

 

 

 

* 영화 El Angel과 비슷한 느낌의 다른 영화 추천

 

(1) 할리우드 영화 Kill your darlings - 데인 드한, 다니엘 레드클리프 주연

범죄 장르까지는 아니지만, 데인 드한이 수감되기도 하고, 두 명의 남자 청춘 배우가 나와서 약간의 미묘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우정인지 사랑인지 애증인지 모를 관계로 동성애적 장면도 나온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것 같습니다. 킬 유어 달링도 배우들 미모, 화면 색감, 연출 모두 상당히 스타일리시해서 보는 맛이 있습니다.

 

kill your darlings

 

(2) BL(동성애) 영화 - 일본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의 꿈을 꾼다' - 오쿠라 타다요시, 나리타 료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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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슷하게 음악 OST 좋은 영화, 리드미컬한 음악에 기반한 영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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