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매 순간이 나중에 돌아가고 싶은 '그 날'이 될지도 모른다"
인생 타임슬립 영화 중 하나. 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
날씨도 흐리고 내일은 비가 온다는데, 문득 영국 영화 어바웃 타임의 "폭우 속 결혼식" 장면이 떠올라 추억팔이 리뷰를 해 본다.
평점 : 9.5 / 10
제작사는 그 유명한 워킹 타이틀(Working Title Films). 런던 소재의 영국의 영화 제작사인데 대표작으로는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등이 있다. 열거해 보니 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하고 유명한 작품들이다.
그러나 이 영국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 흥행 수입 1위. 누적 관객수 344만 명으로 전 세계 중 한국에서 가장 큰 흥행을 기록했다고 한다. 정작 이 영화의 배경인 영국의 흥행수입은 3위에 그쳤다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아무래도 국내 관객이 좋아하는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로맨스, 가족 간의 사랑, 인생 교훈과 잘 버무려 만든 웰메이드 영화라서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지금 현실과도 맞물려 코드가 맞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미래의 언제 올지 모르는 행복을 위해 현재를 갉아서 휴일도 거의 없이 일을 하고, 그럼에도 늘 살림살이는 팍팍한 삶 속에서 새로운 시각과 함께 희망과 교훈을 주는 영화랄까? 영화 속 현실이 우리의 그것과는 너무 달라서 일종의 현실도피용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영화 속에서는 판타지를 찾고 평온하고 싶은 게 사람 심리이기 때문이다.
▍스토리
✔ 가문의 비밀 - 어두운 곳, 보통 커다란 장롱에 들어가서 가고 싶은 순간만 떠올리면 타임슬립 가능. 집안의 남자들은 과거로만 돌아갈 수 있고 미래로는 못 간다!
✔ 평범한 사람들의 현실적 이야기에 더해진 시간 여행이라는 판타지 요소
✔ 로맨스가 메인이 아님, 모든 형태의 사랑을 보여줌
✔ 오늘의 하루, 그리고 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영화
▍연출
전체적으로 따뜻한 색감의 분위기를 지닌 영화. 매 장면마다 햇살이 가득한 필터를 씌운 듯한 화면과
영화 배경 ost의 조화가 사랑스러운 스토리를 빛나게 해 준다.
장롱으로 들어가서 타임슬립 할 때마다 나오는 약간은 시끄럽고 요란스러운 음악이 있는데, 이 장면은
주인공이 과거로 시간 여행할 때마다 같은 포맷으로 자꾸 반복적으로 편집되는 부분은 살짝 지루하기도 했다.
▍주요 명장면
#Scene 01
블라인드 데이트 후 메리 첫 등장과 첫눈에 반하는 팀
레스토랑 조명을 역광 반사판처럼 받으면서 예쁘게 미소 지으며 등장하는 메리(레이첼 맥아담스).
팀이 첫눈에 반하는 마음 백번 천 번 이해가 갔다. 레이첼 맥 아담스라는 배우 자체가 보조개 파여서 너무 사랑스러운 이미지이기도 하다.
특히 새로 자른 앞머리(fringe)를 만지작 거리며 새로 잘랐다고 부끄럽게 'My fringe is new.' 하는 메리가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다.
함께 깔린 어바웃 타임 테마곡 ost 또한 팀이 그녀를 처음 보고 느낀 설레는 감정을 잘 표현해 준 거 같다.
런던의 밤거리는 사실 실제로 살아보면 너무 어둡고 조명도 빨리 꺼지는 데다 사람까지 없어서 살짝 무섭기도 한데,
촬영 필터 빨 인지 굉장히 낭만적으로 아름답게 그려져서 인상적이었다.
#Scene 02
차까지 데려다주다가 첫 키스
차를 일부러 멀리 주차해 놓은 것은 팀의 전략이었을까, 아니면 정말 주차할 곳이 없어서였는가? 팀은 레스토랑 데이트 후 메리를 집까지 배웅해 주게 된다. 서로 헤어지기 아쉬워서 미적거리던 찰나, 자연스레 두 사람은 가까워지고 첫 뽀뽀를 한다. 유럽 런던의 밤 분위기와 골목길 감성이 어우러져 예쁘면서도 간질간질 로맨틱했던 장면!
#Scene 03
팀과 메리의 빗속 결혼식
- 영화 어바웃 타임 결혼식 음악 OST : Il Mondo - Jimmy Fontana
메리 역인 레이첼 맥아담스의 러블리한 몸짓과 미소로 유명한 장면. 무엇보다 배경음악으로 이탈리아 가수의 올드한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이 인상적이다. 어바웃 타임, 결혼식 하면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시그니처랄까 기억에 많이 남는다.
폭우가 쏟아지고 강풍이 불어도 꿋꿋이 진행되는 결혼식.
영국 미신에 결혼할 때 비가 오면 부자로 살고, 금방 임신을 하게 된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 결혼식 장면 뒤에 첫 아이를 출산하는 메리와 아기를 품에 안은 팀의 모습이 나온다.
▍주요 촬영지 - 런던 분위기 ※ 모바일 최적화된 사진입니다.
- 해리네 집, 팀이 이사 간 동네 : 런던 세인트 존스 우드(St John's Wood, near Abbey Road)
이 동네는 바로 유명한 "비틀스 스튜디오"가 있는 곳이며, 런던의 부촌 중 하나이다.
비틀스 앨범 재킷 촬영지로 유명한 애비 로드(아비 로드) 횡단보도가 위치해 있다. 아래 우측 사진은 아비 로드 스튜디오(Abbey Road Studio인데, 근처에는 성지 순례로 온 팬들이나 관광객이 많아 소심하게 한 컷 찍어보았다.
이 곳에는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횡단보도에서 재킷 사진 찍듯이 포즈를 취하는 수많은 관광객들을 볼 수 있다.
어바웃 타임 속에서도 팀이 캐리어를 끌고 아비 로드를 지나갈 때, 관광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ㅋ
아래 우측 사진은 직접 갔을 때 찍었다. 세인트 존스 우드 (St.Jone's Wood) 동네 자체가 집값도 비싸고, 전체적으로 깨끗하며 부티가 난다. 거기에 살거나 이사 갈 것이라고 하면, 런던 시민들이 입을 모아 살기 좋은 곳으로 간다고 인정해 줄 정도.
비수기인 한겨울에 촬영한 사진이라서 관광객도 없고 한산하지만, 날씨 좋을 때에는 주민들이 저 횡단보도를 지나가기란 하늘의 별따기.
- 빗속 대환장 파티 : '하우스 웨딩' 결혼식
영화 OST : Il Mondo - Jimmy Fontana
영국 결혼식인데 이탈리아 가수 노래라는 아이러니. 노래에는 국경이 없으니까!
사실 현실이었으면 시궁창 결혼식이다. 모든 피로연 장식, 음식 다 망가지고, 하객들도 우왕좌왕 홀딱 젖어서 민폐. 하지만 왠지 낭만적이고, 귀엽게 웃으며 넘길 수 있는 건 영화 속 결혼식이라서 그런 듯. 요즘에는 우리나라도 결혼식 18번 곡인 바그너의 웨딩 행진곡이 아닌, 신랑 신부가 좋아하는, 추억이 있는 음악을 틀기도 한다. 최근 지인의 결혼식에서는 라라 랜드를 행진곡으로 틀어서 신선하고 좋았다.
- Newburgh Street & Carnaby Street (뉴버그 스트리트 & 카나비 스트리트)
설레는 첫 만남, 블라인드 데이트 후 번호 교환을 한 두 사람이 헤어질 때 메리가 뒤돌아보면서 걸어가는 그 밤거리이다.
정확한 지점은 모르겠지만 이 두 스트리트는 1분 거리로 가까운 곳이고 유명한 쇼핑가이다. 런던 시내 중심가인 '소호'에 있다.
대히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2018 기념으로 재작년 크리스마스 무렵에 이렇게 화려한 일루미네이션과 밴드 공연이 있었다.
코로나 없을 때라서 사람도 너무 많았었는데 이젠 다 추억이다.
* 직접 찍은 사진이므로 감상용으로만 즐겨주세요!
- Maida vale station (메이다 베일 지하철 역)
영화 OST : How long will i love you - Jon Boden, Sam Sweeney & Ben Coleman
팀과 메리가 매일 출퇴근을 하는 지하철 역이다. 이 역에서 버스킹 형태로 가수가 유명한 ost도 직접 불렀어서 사실 여기에 가보는 걸 엄청 기대하고 있었다.
막상 런던 살 때 가보니까 되게 낡고, 오래되고 자그마한 역이었다. 스크린 상에서는 양 옆으로 전철이 가고 가운데 공간도 꽤 넉넉하게 넓어 보였는데 카메라 앵글의 힘인가 보다. 그리고 절대 여름에는 가면 안된다! 영국 런던의 지하철(Tube) 역과 지하철 안에는 에어컨이 없어서 쪄 죽을 지도 모른다. 주의!
- 첫 레스토랑 데이트 : 카메라가 밖에서 지켜보는 연출
런던 주소 : Zorba, Leinster Gardens, Bayswater, London W2
식당 이름: Zorba
- 프러포즈하러 뛰어갈 때 지나가는 다리 - 골든 쥬빌리 브리지(Golden jubilee bridge)
템즈강 유람선 지나가는 쇼핑 식당가, bank area 주변으로 각종 회사 건물과
템즈강의 여러 다리들, 런던아이도 어딜 가도 잘 보인다. 직접 촬영한 사진이라 감상용으로만 봐주세요!
- 메리와 팀의 주상복합 아파트(Flat) - 노팅힐!
주소 : Golborne Road, Notting Hill, London W10
메리와 팀이 사는 영국식 아파트 플랏(flat)은 실제로는 노팅힐에 위치하고 있다. 연인끼리 매일 같이 출근하다니 로맨틱.
- Cornwall(콘월) : 팀의 본가인 고향집이 있는 영국 서남부 도시이다. 런던에서 벗어나 한적한 영국 시골 마을의 정취, 해안가에 위치하여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도 있는 곳. 팀의 집도 그렇지만 주변 환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날씨 화창한 여름에 놀러 가면 좋은 곳이다.
아빠와 팀이 어릴 때 바닷가에서 물 수제비도 뜨고 뛰어노는 장면에도 등장하는데, 암 선고를 받은 현재 아버지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감동을 준다. 지도상에서 보면 아래 빨간색 표시한 지점이 콘월입니다.
▍시간 여행으로도 바꿀 수 없는 일 = 운명?
* 샬럿(마고 로비)은 팀이 계속 과거를 바꾸려 해도 그를 사랑하진 않았지만, 메리와는 몇 번이고 사랑에 빠진다.
"아주 큰 교훈을 얻었다.
아무리 시간 여행을 한다 해도, 누군가 날 사랑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걸."
by. About Time, Tim
시간 여행으로 본래 예정됐던 만남이 어긋났음에도 불구하고, 팀과 메리는 다시 사랑에 빠진다.(이런 게 운명?)
메리는 자신을 잘 모르는 팀도, 초면인데 이상하리 만큼 잘 아는 팀도 모두 사랑하게 된다.
* 아버지의 암 선고
생사병로 역시 시간 여행으로 막을 수 없는 인간지사, 순리이다.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두 부자가 함께 손 잡고 과거로 돌아가서 팀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물수제비 뜨고 탁구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너무 가슴 아팠다.
* 여동생의 자동차 사고와 불량 남자 친구 문제
팀: We have to do something to fix it.
"어떻게든 고쳐야겠어."
메리 : ~if it's gonna be fixed, I think she probably has to do it herself.
"뭔가가 고쳐지려면 본인이 그럴 마음이 있어야지."
결국 인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본인의 "주체적인 의지"가 중요하며,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아닌 현재부터 차근차근 바꿔나가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철학자 사르트르가 말했듯이, "인생은 B와 D 사이의 C(삶과 죽음 사이의 선택)이다."가 맞는 것 같다.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의 상황에 부딪히고,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선택을 한다. 과거에 그 순간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 어땠을까 항상 후회하고 과거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종종 한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과거에 실수했거나 완벽하지 않은 날로 돌아가서 선택을 바꾼다고 모든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 변화하려면 본인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말(엔딩)
어바웃 타임이 주는 교훈은 "시간 여행(타임슬립)"이라는 수단을 통해 잔잔히 전달된다.
1) 보통의(ordinary) 일상 속에서 놓쳤던 소소한 행복 찾기
드라마틱한 사건이 적은 만큼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낭만적이고 따뜻하게 느껴진다.(다소 이상적일 수도..)
긴장과 걱정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소소한 즐거움에 초점을 맞춰, 두 번째 삶에서는 느끼면서 살아보라고 말이다.
팀은 짜증 나고 불쾌한 하루를 보낸 뒤에 마음 가짐을 바꾸고, 다시 시간 여행으로 똑같은 하루를 살아 본다.
이때 똑같은 일상 루틴(출근해서 점심을 테이크 아웃하고, 소송하러 법정에서 바쁘게 보내고, 퇴근길에 기차에서 옆 자리에 시끄러운 음악을 듣는 아저씨를 만나고)이 다시 한번 등장하는데, 완전히 다른 시각과 결과를 보여준다.
이 연출이 상당히 좋았는데, 똑같은 일상도 본인의 시각과 태도에 따라 이렇게도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2) [명대사]로 보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
이제 난 시간 여행을 하지 않는다.
단 하루조차도.
그저 내가 이 하루를 위해 일부러 (시간 여행을 해서) 다시 돌아온 것처럼
나의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완전하고 즐겁게 매일 지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The truth is I now don't travel back at all, not even for the day.
I just try to live every day as if I've deliberately come back to this one day
to enjoy it as if it was the full, final day.. of my extraordinary ordinary life.
우린 인생의 하루하루를
항상 함께 시간 여행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멋진 여행을 즐기는 것뿐이다.
We're all traveling through time together,
every day of our lives.
All we can do is do our best...
to relish this remarkable ride.
응.. 그러나 나의 현실은 내일 새벽 출근 잼이야..ㅎ
생각날 때 또 꺼내보는 영국 영화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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